2024.06.08 14:59

만석공원에서 만난 '효행길'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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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색길 중 ‘효행길’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인 현릉원을 참배하러 갈 때 왕래하던 길이다. 지지대비를 시작으로 매교교까지 총 3시간이 소요되며, 매교교에서 융·건릉까지· 더 걷는다면 3시간 정도 더 소요된다.

 

장마가 소강기에 접어든 7월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. ‘팔색길’의 하나인 효행길을 걷기 위해서다. 지지대고개를 가기 위해선 버스를 타야 한다. 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기다렸던 버스를 타고 이목동차고지에서 내린 건 5시 40분 정도, 날은 밝았지만 아직 새벽이라 공기는 시원했다. 앞으로 걷게 될 효행길 지도를 보면서 가야 할 길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보았다.

 

평소 잘 아는 길이라도 혼자 걷는 건 약간 두려움이 앞선다. 잘 걸을 수 있을까? 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? 잠시 걱정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. 이런 저런 생각 속에 드디어 출발점인 지지대고개에 도착했다. 이른 아침이라 지나는 자동차는 한적했다. 20여 년 전만 해도 도로가 좁았는데 꽤 넓어진 느낌이다. 지금은 도로가 나고 경사면도 크지 않지만 과거엔 지독하게 힘들고 고생한 고개였을지도 모른다. 그런 탓에 지지대고개라 불러졌나 보다.

 

효행공원의 길을 걸으며 이목동차고지 방향으로 내려오니 오래된 다리가 하나 보인다. 이 다리엔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. 비석엔 ‘괴목정교’라고 쓰여 있다. 임시 표석이다. 기존의 비석은 박물관에 이전됐다.

 

차고지 맞은편엔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. 수령 200년을 넘는 오래된 느티나무다. 잠시 200여 년 전 이곳의 풍경을 그려보았다.

 

길을 따라 느티나무들과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광교산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으며 물소리와 새소리 느티나무로 만들었을 법한 교각 하나가 떡 하니 서있는 모습이 당시 참 풍경이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. 지지대 고개를 넘어 첫 번째 만나는 다리니 그 모습을 반기는 마음 또한 어땠을까? 잠시 생각 속에 빠져본다.

 

옛 노송지대 길을 계속 걸으니 곧 만석공원(만석거)에 다다랐다. 6시부터 걷기를 시작해 이곳에 이르니 대략 7시 30분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렸다.